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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일 목요일

쓸모없는 회의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도 애플사의 일 진행법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이었던거 같다. 거기서 한 말중에 기억에 남는 게...

  • 모든 회의의 끝에는 결정(액션 플랜)을 내릴 것
  • 결정을 내리지 않을 회의는 하지도 말 것
  •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는 직원은 회의에 포함시키지 말 것

원래부터 쓸모없는 회의에 들어가서 시간낭비하는 걸 싫어했던 나에게 참 괜찮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그 후, 어떤 회의에 초대되어 들어갔다. 한두시간에 끝나는 회의가 아니라 한 3일간에 걸쳐서 하는 회의였고 참여자만도 20명정도 되었는데  회의의 주제는 '차세대 그래픽'이었다.

정확히 회의가 어떻게 진행는지 아무도 내게 말해준 적이 없어서... 

'대체 무슨 회의지?'

하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이런 저런 새로운 그래픽 기법들이 있는데 자기 팀에서는 어떤 시도를 해봤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건지 등을 공유하는 거였다. 뭐 결과적으론 시그래프 등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을 그냥 반복하는 정도랄까... 차이점이라면 

"우린 이거 시도해봤는데 너무 느려서 실제 게임에선 못쓰겠어요."

라고 (주로)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는 정도... 이쯤 이야기하면

"아, 대단히 값진 회의였군요."

라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시간낭비였다. 게임쪽에서 차세대 그래픽이 그리 엄청난 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전세대에서 현세대로 넘어올 때 처럼의 엄청난 도약은 없을거란 말...

근데 회의를 마치는 날에 회의 진행자가 갑자기 말하더라. 이 회의의 끝에는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 이 사람도 그 프리젠테이션을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유쾌하기 보다는 좀 실망스러웠다고 할까? 왜냐면 그 프리젠테이션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 못한 채, 어설프게 흉내내며 시간만 더 낭비하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만든 액션플랜은 한 대 여섯개 되었는데 이건 사실 다음과 같이 한 줄로 요약이 가능했다. 

"이런 이런 기법이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느림. 도구와 파이프라인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더 주력해야 할 것"

이건 회의를 들어가기 전에 회의 세부일정을 보고 이미 생각한 거였다. 나 뿐 아니라 회의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니라면 그놈들 실력을 심각히 의심해봐야할 듯...).어차피 뻔히 알고 있는 내용으로 결론을 내릴 것을 20명이나 되는 시니어 그래픽 프로그래머들의 시간을 3일이나 낭비시킬 이유가 있는건지....

위의 프리젠테이션에 다음 내용을 추가해야만 이런 쓸모없는 시간낭비를 막을 수 있을 거 같다.
  • 이미 알고 있는 결정을 내릴 회의는 하지도 말 것

댓글 2개:

  1. 3일 회의라니 워크샵 같은 느낌이네요.
    마지막 결론이 너무 맘에 듭니다. ㅎㅎ

    가끔은 회의가 주최자 혹은 누군가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다는 느낌을 받고는 하는데 정말 시간낭비인거 같아요. 그 한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뺏긴다는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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