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7일 화요일

그래픽 프로그래밍 팀장이 될 뻔 했었다....

난 매우 직선적인 성격이다.. 특히 회사에서 일할 땐.... 말도 안되는 개소리는 개소리라고 말해주고... 실력이 없는 놈이 정치를 하려고하면 쌍욕도 잘해준다... 사실 주변에서는 이러면 적만 만들다가 회사 짤리니 조심하란 이야길 하는데... 내 자세는 언제나..


'그러던가?'

였다. 실력 하나로 믿고 살아온 인생.... 괜히 누구에게나 착한 척 가식떨며 내 자리 지키고 싶은 마음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내가 누구에게나 개판으로 대하는 인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 난 대우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정말 잘해준다. 한마디로 직급/연차 상관없이 실력좋고 책임감있고 인간되었으면(가식이 아닌 진짜 인간) 존경해준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성격때문에 난 적이 꽤 많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보다 아군(?)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다음은 그 이야기... (내 잘난 척 할거니... 보기 싫음 닫으삼.... 경고했음..... -_-)



이번에 렐릭에서 pre-production에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그 팀에서 그래픽 쪽 일이 좀 많아서 그래픽 팀 리드가 필요하단다. 원래 그 일을 맡기려고 채용했던 놈이 하나 있었는데 실력이 너무 형편없고 구라만 까고 정치만 하는 개늠... -_- 그래서 오늘부로 퇴사... 따라서 저번주부터 새로운 그래픽 팀 리드를 찾으려고 했단다. 윗선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려고 구인공고를 낸다 했다지... 근데 그 이야기들을 팀원들 중에 4명(내가 아는 것만)이 나를 그자리에 추천했단다. (현재 그 팀 규모는 15명정도? pre-production이니까 아직 팀 크기가 좀 작다) 여기서 더 재밌는 사실은 그 4명이 합심해서 날 추천한게 아니라... 한 명씩 따로 자기 생각에 내가 좋을거 같아서 추천했단다. 다른 사람들이 날 추천하는 것도 모른 채.... 다들 나랑 스페이스마린 팀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었고... 하는 일들도 테크니컬 아티스트 감독부터 원화 아티스트, 그리고 내가 그래픽 팀 팀장이 되면 내 밑에서 일하게 될 쥬니어 그래픽 프로그래머까지 다양....

이렇게 산발적으로 여러명이 추천을 하니 그제서야 나의 가치(?)를 알아본 윗선들이 급하게 나를 현재 팀(다크사이더 2 팀)에서 빼가서 그 팀의 그래픽 리드로 앉히려고 했지만... (민주주의의 승리....?) 다크사이더 2 게임의 출시가 6월달이라 그쪽에서 날 놔줄수 없다고, 나 빼가면 울 모회사 THQ에게 이르겠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못빼간단다... -_- (민주주의는 개뿔...?)

솔직히 팀장이 안된건 좀 아쉽다. 오랜만(한 15년? 아니 학교에서 한거 따지면 7년인가...)에 팀장질을 다시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나를 팀장으로 모시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고 할까? 특히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그 쥬니어 그래픽 프로그래머는 실력에 비해 몸값이 저평가된 경우라, 팀장이 되면 곧바로 내 직급 정도까지 승진(3단계 승진해서 선임으로 -_-... 연차는 안되는데 실력은 거의 나랑 삐까하다고 생각.. 나보다 나을지도?)을 시켜주고 싶었거든...

어쨋든 날 추천했던 놈들에게 이런 이런 이유로 그래픽 팀장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니 말도 안된다며 화내는 놈도 있었고... 그냥 아쉬워 하는 놈도 있었고... '그래서 이번 게임 6월에 끝나면 뭐할건데?'라고 물어보는 놈들도 있었다. '뭐, 딱히 갈 팀이 없으면 짤리지 않겠어?'라고 하니 혹시라도 그런 일 생기면 자기도 그 날 사표낸다는 놈들까지 -_-;

참,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가치 -- 실력위주, 정직함 그리고 integrity(한국어로 뭔지 모름 -_-) -- 를 가지고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 리더쉽을 믿어 준다는게...

나는 언제나 상향식 변화(bottom-up change)를 선호한다.


댓글 12개:

  1. 누가 그러더군요 40이 될 때 까지 '나를 따르라' 해서 따라줄 사람이 열명만 모을 수 있으면 성공한 삶 이라구요. 한 절반쯤은 성공 하신건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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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이야기가 있군요... 40이 될때에는 다 잃지 않을까 -_-; 예전에 광신교를 조성했을때 10명은 있었는데 쭈욱 이어갈걸 그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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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으응~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믿는 가치가 옳다는 확신으로 무장하고 일관성있게 산다면...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건 당연지사~~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그대가 줄기차게 부르짖는 진실성의 유무겠징~? ^^ 계속 글케만 살면 뭐~ 일 하면서 외롭진 않겠네~ ㅋ 아유~~ 기특해라~~ 엉덩이 톡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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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렇게 말하면 내가 누구에게나 개판으로 대하는 인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다. 난 대우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정말 잘해준다. 한마디로 직급/연차 상관없이 실력좋고 책임감있고 인간되었으면(가식이 아닌 진짜 인간) 존경해준다.
    ..................
    난 실력없고, 책임감 없고, 인간? 이건 포프아저씨가 판단할 문제고.
    아무튼 나한테 막대한적은 없으니 누구에게나 개판으로 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나저나... 포프교라는게 있었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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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경배님께 막 대하지 않는거보니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군요.. 나름대로 존경하고 살고 있는 분입니다.... 맨날 말씀드리듯이 경배님이 제가 갖추지 않은 게 있어요...

      포프교.. 좋았죠.. 기독교보다도 나았어요.. 헌금을 안걷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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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제 CEO되시는것만 남으셨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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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도 돌려말하는 스킬이 없고 회사에서 뭔일을 할까보다 누구랑 밥먹고 누구랑 술먹는걸 먼저 생각해야 하는 그런 주변머리도 없어서,(술담배도 안좋아하고...) 사람들이 너 그렇게 살면 다친다 이런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전 회사는 각자 프로페션을 잘 해결하는 일종의 용병집단...이라고 생각했기에 누구의 뒤를 믿고맏길 수 있어 이런 평가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일하다보니 인정해주는 분들이랑 화목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서 또 어디론가 흘러가겠죠. 거기엔 아무런 후회도 없습니다.
    성공하셔서 꼭 제 롤모델이 되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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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제가 존경하는 동료들하고는 술도 잘 마시러 돌아다녀요.. 아무래도 존경하고 인정하게 되니까 친구로도 발전이 되더라구요...... 안그런 놈들과는 전혀 그런거 없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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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외국도 회사 정치가 있는가 봅니다???
    한국만 그런거 심한줄 알았는데...

    여튼 사람이 스스로 따르는것은 역시나 이유가 있는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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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보단 덜 하지 않을까 싶죠 그래도... 하지만 무너져 가는 회사나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정치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좀 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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